누가 전화를 건지 모른다.
따르릉 따르릉
새벽잠에 깊이 빠진 귀가에 전화벨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아이고 웬 전화가 이렇게 야단을 처!”
미진은 손가락하나 움직이기도 싫은 무게감을 느꼈다. 꿀 같은 잠을 못 자게 깨운 전화 소리가 밉고
원망스럽기 까지 했다. 받고 싶지 않았지만 안 받을 수 없었다. 계속 전화는 양보할 수 없다는 듯 울려댔다.
미진은 눈을 감은 채 머리맡으로 손을 올려 전화기를 움켜쥐고 귀로 가져 왔다. 전화를 거는 사람은 친구 황혜선이였다.
“야 너 지금 몇 시인지 알고 전화한 거야?”
시도 때도 모르고 전화를 한 혜선의 처신이 불쾌하고 짜증스러웠다. 미진은 화가 머리끝까지 밀
고 올라와 소리를 치려다 꼭 참았다. 옆에 잠들어있는 남편이 생각났기 때문에 참은 것이다.
“이애 미안해, 그러나 참기에는 너무 감당하기 힘들어서 한 거야.”
혜선의 목소리에 울음이 섞여있었다.
“그래 용건부터 말해.”
“미안한 얘기지만 이말 꼭해야겠다. 네 엄마 아직도 그 버릇 남못주고 있구나?”
“그게 무슨 소리야?”
“야! 서미진, 말을 다해야 알아듣겠어? 숨이 갚아 말도하기 싫어.”
그 말에 미진은 속이 울렁거려 토할 것 같았다. 대학을 공부했다.
그 속에서 지식을 쌓고 윤리가 무엇인지 배웠다, 사회 속에서 활동하며 인격을 다듬었다, 사회 경쟁
에서 살아가려면 소중한 무기가 무엇인지도 안다.
그런 아이가 예절도 모르는 무식한 인간처럼 황폐하기 그지없는 행동을 하고 있어 미진은 화가
벌컥 났다.
“이 얘, 황혜선, 너 몇 살이니? 지금 여기는 새벽4시야! 이 망할 것아! 철부지 아이도 아니고 잠도
못 자게 깨웠으면 이쪽 입장도 고려해 간단하게 주제를 내 놓고 결과를 기다려야지 그게 뭐니? 이
젠 안볼 거야?”
미진은 수화기를 내려놓고 전화플러그를 뽑아버리고 싶었다.
“오늘이면 공사가 다 끝난단 말이야, 그런데 네 엄마가 갑자기 쳐들어왔어.”
“그래서?”
“어디서 무슨 얘기를 들었는지 난리를 치면서 공사비 전액에 1/4을 감산하겠대.”
태평양 저 너머 2억만리 한국에서 친구 혜선이 한소리였다. 미진은 잠이 덜 깬 상태에서 통화를 하
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엄마의 고집스런 인색함이 혜선이에게 또충격적인 자극을 준 것이다.
그러나 미진의 힘으로도 이제는 엄마의 성격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미진은 태평양을 횡단해
서울을 다녀 온지 한 달도 채 안되었다. 그런데 혜선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엄마를 또 만나야 할 것 같았다.
“이 얘, 혜선아 걱정 말고 있어 내가 있지 않아 간단하게 그 문제를 귀 뜸만 줘도 되는 것을 가지고 그 야단을 떠니?”
미진은 미처 그 일이 이렇게까지 될 줄은 생각지 못했다.
현재 서양인들이 한국에 많이들어와 거주하고 있다. 그들은 우리나라 사람들과 달리 아파트에서 사는 것보다 단독주택에 사는것은 더 좋아하고 있다. 정원수와 잔디가 덮인 마당가에 비취 파라솔을 설치해두고 가족들이 화목하게 모여앉아 음식을 먹으며 대화하고 여가를 즐긴다는 것은 행복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양인들은 집터가 넓은 단독주택을 찾았다.
미진의 엄마는 생각 끝에 자신이 살고 있는 연희동(대지180평건평85평)집을 그들에게 월세 (1년 세 9천만원 일시불 선불)를 놓고 아파트로 이사해 살고 싶었다.
그래서 미진은 어머니가 걸어온 전화를 받았다.
“ 왜요, 어머니 어디 편찮아요?”
“ 아니다, 만나서 이야기 하고 싶어서다.”
“왜요?”
“이집을 세놓고 아파트로 이사를 해 살고 싶어서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