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빙과업체의 아이스크림 'A바'의 편의점 가격은 1200원이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대형마트에선 900원, 골목 안 슈퍼마켓에선 600원에 팔린다. 판매점에 따라 같은 아이스크림 가격이 두 배까지 차이 난다. 진짜 아이스크림 가격은 얼마인지, 제대로 값을 주고 사먹는 것인지 헷갈린다는 게 소비자들의 반응이다.
아이스크림 판매가가 이처럼 제각각인 이유가 뭘까. 한 빙과 업계 관계자는 "할인을 전제로 가격을 책정하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아이스크림 할인 경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00년대 중반 편의점 수가 본격적으로 늘어나자 동네슈퍼들이 이에 대응하기 위해 들고 나온 카드가 아이스크림값 할인이다. 대형마트까지 끼어들면서 할인율은 계속 커졌다. 일부 상점에선 빙과를 바구니에 담아 무게로 파는 경우까지 생겼다. 빙과업체들도 동네슈퍼의 요청을 받아들여 할인율을 감안한 권장소비자가격을 붙이기 시작했다.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가고 있다. '빙과를 제값(권장소비자가격) 내고 사먹으면 바보'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혼란을 막기 위해 정부도 지난해 업계에 시정권고를 내렸다. 여러가지 제도도 시행되어 대표적으로 오픈 프라이스 제도인데 오픈 프라이스 제도(Openprice)는 2010년 7월 1일에 시행된 제도로, 제조업체가 판매가격을 정하는 기존의 권장소비자 가격제와 달리 최종판매점포가 상품의 판매가격을 스스로 결정하는 판매방식이다.
그동안 상품 가격은 물건을 만드는 제조업체가 원가에 이윤을 붙여 제시하는 ‘권장 소비자가격’에 맞춰 결정되어 판매됐다. 그러나 제조업체가 권장 소비자가격을 높게 표시한 뒤 대폭 할인해 주는 것처럼 선전하여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결과가 생겨났다.
이 제도는 유통업체가 상품가격을 자율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유통업체마다 가격 차이가 나타나게 되므로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늘어나 소비자에게 유리하지만 권장 소비자가격 표시가 금지됨에 따라 상품의 가격이 어느 정도 되는지 알 수 있는 기준이 모호졌다.
오픈 프라이스 제도의 도입으로 인해 가격이 대폭 상승할 뿐만 아니라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는 유통업체에 따라 최고 4배까지 가격 차가 벌어졌다.
그래서 결국 오픈 프라이스 제도 시행 1년 만에 빙과, 과자, 아이스크림, 라면류에는 기존 권장소비자가격을 부활시켰고 '오픈프라이스제 시행 이전인 2010년 6월 수준 가격으로 식품에 권장 가격을 표시하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이번엔 식품업체들이 작년 물가 상승 그대로 올린 가격을 제품에 표시하고 있고, 아예 권장소비자가격을 표시하지 않는 식품업체도 있다.
해당 업체들은 "가격 표시가 의무가 아닌 권고 사항이라서 하지않는다"며 법률을 지키지 않고 있다.
가격을 '정상화'하려는 업계 자체 노력도 없지는 않다. 롯데제과는 16개 아이스크림 권장가격을 종전보다 낮춰 표기했다. '설레임' 권장가격을 2000원에서 1000원으로 내렸다. 시장에서 반영되고 있는 할인율을 제거한것이다. 빙그레도 7개 제품에 정찰제를 적용했다.그러나 다른업체도 엇박자를 내고 있고, 동네슈퍼 업주들의 반발이 만만찮다.
동네슈퍼는 '반값 할인'을 없애면 편의점과 경쟁하기 힘들다고 주장하며 정찰제에 반대하고 있다. 그래서 올해도 반값 아이스크림은 동네슈퍼에 넘쳐난다. 사실은 반값이 정상가격인데도 말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가격담합이 아닌 이상 할인을 법적으로 규제할 근거는 없다"며 한발 물러서 있다. 제조업체, 유통업체, 정부가 모두 손을 놓은 상태에서,소비자들은 올여름도 보다 싼 아이스크림 판매점을 찾아 시간을 낭비해야 할 판이다. 왜곡된 가격 구조는 소비자 불신으로 이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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